창의적 글로벌 리더 교육은 결국 교육철학의 실천에 있음을 보여준다. 국내 중등 교육도 기본 가치만 잘 지키고 실천하면 수천만원의 수업료 값어치를 할 수 있다. 아이들을 위한 최소한의 기본 교육가치만이라도 지켜달라는 얘기다.
얼마전 잡지 홍보기사 때문에 방문한 채드윅 인터내셔널이라는 송도국제학교는 국내 교육에 접목해야 할 가치들이 넘쳐났다.
글로벌 리더 키우는 ‘채드윅 인터내셔널’
“경험과 소통으로 아이의 글로벌 잠재력 키운다”
국내 중등 교육의 기본 방향은 ‘창의적 글로벌 인재 양성’이다. 과연 이 문구는 국내 교육 현장에서 실천되고 있을까. 아직까지 인재 기준은 창의성보다 성적에 가깝고, 글로벌 인재는 남의 나라 얘기처럼 들린다. 송도국제업무단지의 채드윅 인터내셔널도 국내 중등 교육 방향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운영 방식에서는 국내 교육계에 적지 않은 메시지를 던져준다.
2010년 가을 설립된 채드윅 인터내셔널은 국내에 개교한지 이제 막 1년을 넘겼다. 개교 첫 해 유치원생부터 7학년까지 280명이 입학했고, 올해 들어 만 4세 아동 대상 유아원이 신설되고 8학년까지 480명으로 증원됐다. 고교 과정인 9~12학년 과정은 내년부터 시행된다. 우리나라 학제 단위로 치면 유아원부터 초등, 중등, 고등 과정의 아이들이 한울타리에 모여 있는 셈이다.
채드윅 인터내셔널은 75년 역사의 미국 ‘채드윅 스쿨’을 설립한 마가렛 리 채드윅 여사의 교육철학을 그대로 담고 있다. 국제적 명성을 얻고 있는 채드윅 스쿨의 교육 가치나 운영을 보면 국내에도 새로운 교육 방향을 제시할 것이란 기대도 갖게 한다. 채드윅 인터내셔널은 과연 어떤 교육을 하길래 조기유학생을 국내로 되돌아오게 하고, 학생들이 학교 가는 날만 손꼽아 기다리게 만들까.
“What is your Dream?”
초등 과정 3학년 교실 바닥 한 켠에 교사와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수업시간에 아이들의 행동은 자유롭지만 교사에 대한 집중력이 떨어지진 않는다. 교사가 아이들을 향해 질문한다. “나는 누구이고, 앞으로의 꿈에 대해 발표할 사람 있나?”라고 묻는다. 갑자기 치열한 경쟁이 벌어진다. 아이들이 서로 발표하겠다고 손을 든다. 발표자로 지목되면 자신의 발표에 대해 질문할 상대자를 고르고, 앞으로 나가서 자신의 꿈을 얘기한다. 꿈에 대한 발표가 끝나면 질문자는 “그 일을 하기 위해 어떤 것을 준비해야 하나”,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대한 확신이 있는가” 등의 질문을 쏟아낸다.
서로 질문하고 답하며 자연스레 ‘자신의 꿈’에 대한 토론을 이어간다. 물론 모든 토론은 영어로 한다. 교사는 그들의 토론을 경청하고 가끔 조언하는 정도의 역할만 한다. 교실 안은 어느새 아이들의 그칠 줄 모르는 꿈 얘기로 넘친다. 어려서부터 아이들의 목표는 성적이 아닌 꿈에 닿아 있다.
이처럼 채드윅 인터내셔널의 모든 수업은 철저하게 질문과 체험, 소통 중심의 자기주도적 학습으로 진행된다. 교육은 질문에서부터 시작한다. 학교 내 어느 곳에서나 질문이 난무한다. 교사도, 아이들도 질문하고 답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 질문에도 컨셉이 있다. 형태와 기능, 연관성, 균형감 등을 고려해 구체적인 질문을 하고 해답을 찾는다. 주제가 주어지면 교사의 조언을 받아 그룹 단위로 토론도 하고, 교실 내 실습도구나 각종 멀티미디어 기기를 통해 체험과 경험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이는 마가렛 여사의 ‘경험이 교사’라는 교육철학이 바탕이 됐다.
국제적 명문으로 이름 높은 채드윅의 교육은 단지 1만4,000평의 대규모 최신 시설로만 설명하긴 어렵다. 수업시간 동안 아이들의 적극적이고 밝은 모습, 자기주도적으로 학습하려는 의지를 보면 새삼 명성을 확인할 수 있다.
서로 존중하고 신뢰하는 커뮤니티 교육
채드윅 인터내셔널의 모든 벽면은 깨끗한 곳이 거의 없다. 산만해 보이는 벽면은 온통 아이들의 질문과 상상을 담은 포스트잇과 조형물, 작품들로 채워져 있다. 국내 학교라면 지저분하니 치우라고 할 법한 일들이 너무 자연스럽게 인정된다. 학교의 모든 공간을 통해 상상력과 창의적인 내용을 소통하고 있다.
교사와 학생 간의 소통도 자연스럽다. 엄격한 심사과정을 통해 선발된 교사들은 현재 13개국의 다양한 국제학교에서 교수 경험을 하고 대부분 석사 학위를 가진 교사들이다. 학벌만 보면 권위적이지 않을까 짐작할 수 있으나 오산이다. 아이들 눈높이에서 얘기를 들어주는 것에 익숙하다. 아이들이 조잡한 영어로 말하는 것에 흥미를 잃을 법도 한데 교실이나 복도, 도서관, 식당에서도 끊임없이 들어주고 조언한다. 그리고 항상 웃음을 잃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아이들은 교사와 대화를 즐기고 좀처럼 떨어질 줄 모른다. 특히 교사들은 “하지마” 대신 “하세요”라는 말을 많이 한다. 긍정의 마인드부터 심어주는 것이다.
학교 내 소통 프로그램으로는 학교 선후배와 교사, 학부모 모두 참여할 수 있는 ‘하우스 액티비티’를 먼저 꼽는다. 매주 금요일 오후가 되면 4개 그룹으로 나눠 다양한 학습 활동이나 스포츠 경쟁 등을 통해 전교생이 소통하고 있다. 일단 한 그룹에 소속되면 졸업 때까지 같은 그룹에서 활동하게 돼 졸업 이후에도 평생 친구로 남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학교 밖 소통 프로그램으로 ‘아웃도어 프로그램’을 들 수 있다. 유아원부터 12학년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는 그룹 단위 생태 활동 프로그램이다. 학교에서 배운 것을 기본으로 도전 과제를 부여받으면 매 과제마다 교사와 함께 극복하는 과정을 거친다.
체육수업과 예술 프로그램인 미술, 음악, 공연예술도 중요한 소통 과정이다. 미술 작품을 만들고, 악기를 배우고, 다양한 공연을 접하고 직접 공연 기획을 하면서 창의력과 소통능력을 키운다. 전 세계 학생들과 소통하고 협업할 수 있는 2개의 시스코 텔레-프레즌스룸은 세계 어느 곳의 학생이나 교사들 간에 실시간 화상 커뮤니티를 할 수 있도록 해준다.
소통을 통한 인성교육의 바탕에 창의력, 리더십을 고루 갖춘 인재로 교육시키는 채드윅 인터내셔널. 교육과정이 뛰어나도 결국 대입을 우선하는 학부모들에게는 미국 대학 진학 경쟁에서 어느 정도 우위를 차지한다는 면을 높이 살 수 있다. 하지만 대입만으로 채드윅의 교육 가치를 한정하기엔 너무 부족해 보인다. 자녀의 올바른 인성과 꿈을 더 높이 산다면 말이다.
제프 머서(Jeff Mercer) 총괄교장은 ‘배움은 즐거워야 한다’고 한국 학교에 조언한다.
“배우는 과정은 즐거워야 합니다. 교육이 아이들의 영혼과 마음을 다치게 해선 안 되죠. 한국 학생들을 보면 너무 지쳐있는 것 같습니다. 좀 더 재미있게 배우고, 질문하고, 탐험과 탐구를 통해 이해하고 해결하는 방법을 찾도록 해줘야 합니다. 문제를 외우는데 시간을 허비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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