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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뒷간

전교조와 국제학교의 불편한 진실

전교조에 대한 오해(?), 그리고 진실

얼마 전 택시에서 한 기사 분과 잠시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주제가 교육 얘기로 흘렀을 쯤 그는 한탄부터 늘어놓는다. 교육 문제점을 얘기하면서 “우리나라 교육은 전교조 같은 빨갱이가 많아서 제대로 굴러가지 않는다”고 했다. 교권이 추락하고, 애들이 학원으로 내몰리고, 점점 폭력적으로 변하는 게 다 전교조 때문이란다. 택시기사 분의 말처럼 우리나라 교육 문제는 정말 전교조에서부터 비롯되고 있을까. 보수언론에 의해 오랫동안 낙인찍힌 이미지는 무섭도록 기성세대 안에 천착됐다는 느낌이다. 몇몇 분들의 틀에 박힌 오해가 수고스러운 정리 작업을 하게 만들었다. 당신은 전교조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



전교조 하면 먼저 떠오르는 내용이 뭐가 있을까? 보수언론에 의해 새겨진 주홍글씨로 인해 ‘빨갱이’부터 떠올릴지 모른다. 또 뭐 없나. 진보 성향의 교사로 이뤄진 교과부와 상반된 교육 정책을 펴는 교육단체. 그리고 교사 신분으로 시위나 단체 행동만을 일삼고 투쟁적인 성향의 교육자 집단으로 비칠 수 있다. 여기까지 얘기만으로 전교조를 일부 교사들의 정치 집단으로만 판단한다면 당신은 교육에 관심이 없거나 일반 미디어에 갇혀 지내진 않는지 의심해 봄직하다. 그럼 이런 이미지가 다 오해일까. 아니다. 제대로 진실을 드러내지 못해 생긴 지레 짐작의 산물이라고 본다.

그럼 진심을 알아보기 위해 예전 교육 잡지사에 근무하면서 전교조 교사들을 인터뷰했던 내용들을 모아봤다. 먼저 귀족학교라는 국제학교와 전교조의 교육철학도 함께 비교해본다. 이는 전교조가 세계적 명문에 버금가는 교육 가치를 바탕으로 한다는 것을 추켜세우는 데만 있지 않다. 그저 비슷한 얘기를 비교해 보고 정치집단으로만 지레 짐작하는 오류만이라도 줄였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연간 수업료 4000만원 교육의 진실

“아이들의 점수를 공개하지 않고 성적에만 연연하지 않는다. 외우는 교육보다 주로 적성을 살리는 교육을 한다. 질문과 체험, 소통 중심의 자기주도적 학습을 실현한다. 몇몇 과목에만 편중하지 않고 예체능 교육을 강화해 아이들의 소통 마인드를 키워준다. 아이들의 인권을 존중해 끝까지 대화로 해결한다. 아이들에게 긍정의 마인드부터 심어준다. 약속, 신뢰, 존중, 자신감, 협력, 관용, 진실성의 태도를 키우는 인성 교육을 강화한다. 학교 내 복지시설을 확충한다.”

여기까지 듣고 이런 교육철학은 어디에서 나왔다고 느껴지나. 혹시 전교조를 떠올리시나. 위 교육 내용이 대부분 학생들의 입장을 우선한 교육인데 줄곧 학생인권조례를 만들어 법으로 통과시키려 한 곳이 전교조니 말이다.

하지만 이런 교육철학을 실현하는 곳은 인천의 송도국제학교다. 정확히는 ‘채드윅 인터내셔널’로 미국 명문학교인 채드윅 스쿨을 그대로 옮겨 놓은 분교다. 초중고마다 연간 4,000만원이라는 수업료를 내야 들어갈 수 있는 귀족학교로 알려져 있다. 아이들의 입장을 우선한 교육철학이 세계적인 명문으로 키웠다. 채드윅 스쿨은 대학 진학률이 미국 명문대학 위주로 90%에 육박한다.

여기까지 보면 무슨 국제학교 홍보글처럼 보이지만 현실이 그렇다. 단지 세계적 명문이라는 그들의 교육철학이 그리 대단하지 않다는 것에 놀랐을 뿐이다. 아이들 위주의 교육이 연간 4,000만원의 가치를 한단다. 그럼 미국이라면 사족 못 쓰는 현 당국이라면 그들의 교육 방침을 들여오면 되는 거 아닌가. 이런 국제학교에 들어가지 못해 안달 난 학부모들도 많으니 말이다. 물론 미국과 우리나라는 교육 환경에 있어서 나름 차이가 있고 오래 시행착오를 거치지 않았으니 막상 시행하긴 부담스럽다고 할 지 모르겠다.

하지만 국내에도 이런 교육철학으로 교육을 연구해 온 단체도 있다. 전교조다. 물론 전적으로 국제학교와 같진 않다. 학교 시설 면에서도 차이가 있고, 영어로만 교육하는 차이는 있다. 하지만 핵심인 교육철학에서는 근본적으로 비슷한 부분이 많다. 그럼에도 왜 외국 분교인 국제학교는 지자체에서도 다양한 지원을 해주는데 전교조는 찬밥 신세일까. 국내에 이런 교육철학이 접목되면 세계적인 명문이 국내에 생기지 말란 법이 있나. 좀 긴데ㅋ 몇몇 전교조 교사의 얘기를 들어보고 국제학교와 얼마나 교육 방향이 비슷한지 비교해 보시라.

“점수따기 교육에서 벗어나라”

5~6년 전 당시 공정택 서울시 교육감 시절 서울시 교육위의 김귀식 의장의 인터뷰 요약이다. 현재는 전교조 지도위원으로 활동한다. 김 위원은 교육부 정책이 ‘점수 따기’, ‘점수 제일주의’, ‘정답주의’, ‘경제 제일주의’ 교육을 바탕으로 하는 것에서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했다. 그는 “교육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됐고 아이들을 학교가 아닌 훈련소 집어넣고 훈련시키는 느낌을 받는다”며 암담해했다.

“그냥 던져보는 식의 교육정책을 자제해야 합니다. 아이들을 정책 실험 도구로 봐선 안 됩니다. 여러 정책들을 시뮬레이션 해보고 신중한 진단을 거쳐 정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우선 아이들이 적성에 따라 길을 찾는 교육 환경을 만들어줘야죠. 하지만 아직까지 책상 앞에서 특정 과목만 중요시 하면서 좌뇌만 발달시키고 있어요. 창의력 개발을 위한 우뇌 발달은 퇴보하고 있죠. 통합교과형 논술 고사가 대세를 이루면서 창의력 수업도 하지만 현재의 논술은 논술이라고 보기 힘들어요. 논술 채점자가 보기 쉽게 쓰는 짜 맞추기에 그칩니다. 정답에만 매달리는 점수 제일주의 교육에서 빨리 벗어나야죠.”

“국어 교사로 재직하면서 시도했던 교육 방법을 얘기하자면 총 100점 중 40점만을 기본 점수로 합니다. 모든 과목에 기본은 있어야 하니까 40점은 필요한 점수라고 봐요. 그럼 60점은 어떻게 할까요? 아예 점수화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관심 분야에 대해 매일 어떤 고민을 하고, 어떤 경험을 했는지를 자신만의 ‘포트폴리오’로 만들어서 작성하게 합니다. 그 분야에 대한 자신만의 경험들을 모아 놓은 포트폴리오가 60점에 해당하지만 이를 점수로 환산하지는 않습니다. 점수화하기도 힘들고요. 자신이 작성한 포트폴리오로 적성에 맞는 대학으로 연결 시켜줍니다. 교사 시절 이 방법을 통해 대학에 입학시킨 사례가 많았습니다.”

“아이들의 인성교육, 인권 보호가 먼저다”

다음은 장혜옥 12대 전교조 위원장의 인터뷰 얘기다. ‘탈레반’, ‘반미운동가’, ‘교육계 소수 강경파’. 보수 언론에서 장 위원장에게 달아준 다양한 별칭이다. 당시 장 위원장은 향후 전교조의 목표에 대해 “우리 교육이 경제나 정치권의 논리에서 벗어나 본질에 접근하려는 고민이 필요하고 학생의 인권을 최대한 보호하는 정책 기조를 끝까지 지키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서로 의견을 나누는 공교육으로 시스템을 바로 잡고 문제를 해결해야지 사건이 생기면 무조건 교사의 무능력 탓으로 몰아가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학교에서부터 민주적으로 운영하는 학교 내 자치운영기구를 만들어야 합니다. 교사나 학부모, 학생들의 의견을 표출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하고 학생 인권을 최대한 보호해야죠. 교권 침해는 교사에 대한 불만에서 불거진 게 아니고 학교 내부의 불합리한 시스템에서 시작된 것을 알아야 합니다.”

“교사로서의 인적성은 무시되고 경제적인 논리에 맞춰 얼마나 학업 성취도를 높일 수 있느냐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학교 내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은데 교사의 성적 올리기 능력만 따지는 것은 교육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교원 양성 단계부터 부적합한 교사를 골라내지 못하는 시험제도가 더 문제죠. 교원 양성 제도나 정책부터 바로 잡아야 합니다.”

“교육 실적만 따지는 행정 교육이 아닌 올바른 교육 철학을 바탕으로 한 정책 기구를 만들어야 합니다. 전교조에서는 가칭 ‘국가교육과정위원회’와 ‘사회교육위원회’를 세워 꾸준히 교육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할 수 있도록 하고, 인성 교육을 중점 시행할 것을 강조해 왔습니다. 한 해 교육 예산은 50조에 달합니다. 이정도 예산이면 대학교까지 ‘무상교육’을 시킬 수 있습니다. 보다 학생들에게 자유롭게 교육 받을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해주는 것이 기성세대가 할 일이죠.”

“FTA는 국내법의 영향도 받지 않아 앞으로 더욱 심각한 폐해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경제뿐만 아니라 교육까지 식민지화 되는 과정을 보고 있자니 참담한 심정입니다. 전교조에서는 어떻게든 FTA 협상만큼은 저지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겁니다.”

“이게 학교인지, 군대나 교도소인지…”

끝으로 당시 전교조 서울지부 수석지부장이었던 이영주 묵동 초등학교 교사의 인터뷰 모음이다. 그는 아이들의 인권이 무시당하는 학교 현실을 강조한다. 시종일관 아이들을 위한 복지 정책에 주목했다. 학교에서조차 아이들에 대한 관심이 메말라간다며 안타까워했다.

“교육부의 교육 방침은 ‘공공의 교육’과 거리가 멉니다. 전교조의 교육 철학과 배치된 정책을 내놓는 경우가 많죠. 앞뒤 가리지 않고 반대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경쟁 위주의 교육보다 학생들이 서로 어울리고 배려해 줄 수 있는 인성 교육을 중시하다보니 정책 기조부터 안 맞는 부분이 많네요. 우리나라 학생들은 함께 문제를 풀기보다 서로 등을 돌리고 답이 보일까봐 서로 눈치를 보며 문제를 풀잖아요. 서로 도와가며 사는 사회를 만들려면 교육에서부터 인간의 가치를 중시하고 공동체로서 살아가는 인성을 키워주는 게 우선이 아닐까요? 경제 논리에 맞춰 무한 경쟁으로만 학생들을 몰아가는 것은 우리 현실을 더욱 암울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학교 시설을 보면 아이들을 정말 위하고 있는지 묻고 싶어요. 제대로 된 휴게실 하나 있는지…, 놀이기구나 운동장 사용도 제한돼 있죠. 그저 멀티미디어 등 학습도구만 지원되고 있을 뿐이에요. 학교 건물만 봐도 이런 구조는 이제 군대 아니면 교도소에서나 볼 수 있어요. 학교 환경은 아이들 관리를 편하게 하는 수용시설이죠. 아이들 성장에 따라 적절한 복지시설이 갖춰져야 하지만 아직도 전근대적인 환경에 놓여 있습니다. 직장에서의 환경과 비교해보세요. 직장에서는 의자라도 푹신하게 사용 하잖아요. 한참 성장기 아이들이 다니는 초중고교의 환경이 대학보다 나아야 하지 않겠어요. 교실 안에 아이들 가득 모아놓고 변변치 않은 환경에서 교육하는 게 도움이 된다고 보세요? 교육 환경 탓만 하지 말고 자신이 공부하기 나름이라고 강요만 할 건가요?”

“최근에 교권침해나 학교 내의 폭력 사태가 커지는 것도 무리는 아닐 듯합니다. 학교 시설을 보면 범죄 심리를 일으킬만한 인구밀도를 가지고 있죠. 거기다 복지시설이 거의 없으니 남몰래 숨어서 분노를 삭일 수밖에 없는 구조에요. 학교 복지의 문제는 점점 학생들을 위험한 상황까지 몰아가고 있어요. 학생수를 줄이는 게 가장 시급한 문제죠. 하지만 교육부에서는 출산률이 감소하면서 자연히 학급당 학생수가 줄어들 것이라고 손 놓고 있죠. 좀 웃기지 않으세요? 그럼 학생수를 줄이기 위한 대책이 출산률 감소만 기다리고 있어야 하나요.”

인터뷰 모음은 여기까지다. 생각보다 내용이 많아서 줄였는데도 뭐 하나 빼고 싶은 게 없을 정도다. 물론 5~6년 전 내용이라 현재와 맞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크게 변한 건 없어 보인다. 연간 4000만원짜리 교육을 우리말로 실행할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그렇게도 선진 교육시스템을 따라잡고 싶다면 말이다. 조금만 신경 써서 보면 선진 교육은 아주 가까이에 있다. 전교조는 이미 정치권에 덧씌워져 교육철학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빨갱이’라는 그 노무 색깔 타령에 이리저리 춤사위만 하고 있다. 이제 좀 정치로 교육을 흔드는 건 멈출 때도 되지 않았나. 말로만 백년대계 어쩌고 할게 아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