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어둠이 있었다. 빛은 어둠이 있었기에 밝을 수 있었다. 어둠이 있었기에….
빛의 나라는 너무 분주하다. 빛의 시간에 이끌려 쫓기듯 몰려다닌다. 어둠은 고요하기만 하다. 빛의 나라의 너무나 눈부신 나날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고요하기만 하다.
빛보다 먼저였던 어둠은 나서는 법이 없다. 자신이 먼저인 것도 그리 중요하지 않다. 빛의 나라에 항상 그림자로 외진 곳만 다닌다. 고요한 어둠의 나라는 점점 설자리를 잃어가기만 한다.
빛의 나라에 가장 차지하고픈 대상이 행복이다. 누구나 행복을 위해 평생을 달려간다. 하지만 평생을 달려가도 끝이 보이지 않는다. 행복하지만 행복하지 않다. 너무나 행복에 무뎌져있다.
행복은 달려가는 이에게 더 이상 여유를 주지 않는다. 행복하려면 더욱 달려가라고 채찍만 들이댈 뿐이다. 어둠을 두려워하는 빛은 항상 빛나기만을 바라고 조금도 자신의 자리를 내어주지 않을 모양이다.
빛의 나라에서 더욱 빛나기를..더욱 높은 자리에서 빛을 발하기를.. 모든 빛을 다 가질 수 있기를.. 너무나 치열한 빛은 누구나 눈이 부셔서 눈을 멀게 할 정도가 돼도 더욱 빛나기를 바란다.
빛의 나라에서 어둠은 추방돼야 할 존재다. 어둠이 먼저였다는 사실은 까맣게 잊은 채..
여보게 피곤하지 않은가.. 어둠의 나라로 오게. 그리도 밝음만을 쫓았으면 어둠의 고요에서 잠시 쉬는 것도 좋아 보이. 어둠을 두려워하지 말게나. 어둠은 항상 빛보다 먼저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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