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뒷간 썸네일형 리스트형 내 나이는 아직 열여덟~ 그래 맞다. 내 나이 열여덟이었다. 뭔가 삶에 대한 반항심이 커져가던 그때였다. 사춘기라고 봐야 하나...너무 나이 먹어서 사춘기라고 하기엔 왠지 좀 계면쩍다. 그냥 뭔가에 눈을 떴다고 해두자. 아직까지 방황하는 내 인생의 알 수 없는 나침반, 혹은 유적이 됐던 시기이기도 했다. 이문열을 많이 읽었고 락음악이라면 사족을 못쓰던 때다. 너바나를 따라 시애틀의 어느 차고로 날아가 버릴까도 생각했다. 정말 그랬으면 어땠을까. 밴드라도 하나 만들어서 여지껏 들이대고 있을까. 이문열의 젊은날의 초상을 보고 어디 바다라도 훌쩍 떠나려고 했다. 그랬으면 어땠을까. 고등학교는 졸업이나 할 수 있었을까. 대학도 포기하고 그냥 방랑자로 살았다면..지금쯤 어디에서 서성대고 있을까. 이도저도 아니고 그렇게 자신있어하던 공부를.. 더보기 접속사 랩소디 - ‘그런데’ 실종사건의 전말 글쓰기에서 지나친 접속사 쓰기는 금물이다. 글쓰기를 시작하면서 배우는 주의사항 중 하나다. 좀 많이 쓰면 뭐가 나쁠까. 내용이 일목요연하지 않고 군더더기만 많아진다는 것이다. 그들 단어에도 나름 생명력이 있을진데 너무 무심하게 글쓰기 세계에서 왕따만 시킨 건 아닐지. 아무리 군더더기 취급을 받아도 그들 나름대로 올바른 쓰임새를 가지고 탄생 했을터. 그들이 웅성거린다. ‘나도 좀 써 주쇼!’ 그들의 웅성거림으로 인해 이야기를 시작한다. 접속사 마을에 ‘그래서’란 청년이 산다. 아버지는 ‘그러므로’, 어머니는 ‘따라서’다. 할아버지는 ‘그리하야’이고, 할머니는 ‘이리하여’이다. 사촌 중에는 유일한 유학파인 ‘그렇기 때문에’가 있다. ‘그래서’의 집안은 접속사 마을에서 결과 위주의 일을 한다. 원인은 보통 뒷.. 더보기 당신의 종교는 무엇이요? 누군가 당신 종교가 뭐냐고 물어보면 천주교라고 답한다. 형식적이다. 다시 대답한다. 그건 집안 종교고 나의 종교는 사랑이요! 초등학교 3학년 시골에 내려와서 살 때 서울에서 큰 이모가 놀러오셨다. 내 생각으로는 놀러오셨다기보다 전교하러 오신 게 틀림없다. 울 엄마도 일주일에 걸친 이모의 천주교 예찬에 그대로 녹아들어 성당에 다니기 시작했다. 나 역시 엄마따라 성당을 오고갔다. 엄마가 성당을 다니기 시작하면서부터 서울에 있던 친척부터 할머니까지 모두 가톨릭 집안으로 바뀌었다. 그때부터 험난한 기도 생활이 시작됐다. 어린 나이에 안 그래도 상당히 활발한 성격이었는데 집에 갇혀 아침저녁으로 1시간씩 무릎 꿇고 기도를 했다. 어떨 때 울 엄마 ‘필’ 받으면 2시간을 훌쩍 넘길 때도 있다. 저녁마다 했던 ‘묵주의.. 더보기 2011년까지 나의 가장 행복했던 하루 1991년 크리스마스이브 오후 5시. 성당에서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전야제 행사 준비가 한창이다. 유치원, 초중고생 학년별로 장기자랑과 노래, 연극 등 다양한 볼거리를 마련했다. 내 나이 17세 고1. 우리 또래도 2주전부터 연극을 준비해왔다. 초등학교 때부터 성당을 같이 다녔던 친구들과 함께 이번에도 참여했다. 연극 내용은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대충 청소년기의 방황과 좌절, 극복을 다룬 나름 참신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극~복~!!ㅋㅋ 보통 크리스마스이브에 하는 성경 속 얘기나 예수 탄생을 다룬 것이 아닌 조금은 색다른 내용이다. 방황하던 청소년이 우여곡절 끝에 참된 신앙과 정신 개조를 한다는 뻔한 ‘극복’ 스토리지만…. 한 학년 선배가 시나리오를 쓰고 나는 목소리 크다는 이유로 극복 스토리의 주인공을 .. 더보기 ‘자기소개하기’의 나는 정말 나일까? 자전적 소설이라는 우리나라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하는 소설 분야에 대한 평론을 봤습니다. 권여선의 자전적 소설 ‘푸르른 틈새’에 대해 대중문학평론가 정여울 씨는 이렇게 말합니다. “그녀는 이야기꾼의 수사학과 에세이스트의 통찰을 동시에 작동시키며 특유의 서사/서술적 공간을 창출해내고 있다. 이는 ‘서사를 뛰어넘는 서술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작가 특유의 글쓰기 방식이기도 하다.”(정여울, [내 서재에 꽂은 작은 안테나]) 이는 묘사와 서사적인 부분에 머무는 소설이 아닌 하나의 이야기에 에세이를 가미해 작가의 철학과 통찰을 같이 보여주는 글쓰기 방식이라는 얘기죠. 이런 예를 잘 보여주는 장면의 하나로 정여울은 ‘자기소개’에 대한 장면을 꼽았습니다. 권여선이 대학시절 누구나 경험하는 자기소개의 장면을 ‘괴로움’의.. 더보기 나에게 오라, 너에게 가마 1970년대 전라도 지역의 시골 장터를 배경으로 두 젊은이들이 건달로의 삶에 들어가면서 방황을 그린 영화. ‘나에게 오라’ 주인공 춘근이(박상민)는 그리 잘 싸우지도, 수완이 좋은 것도 아닌 그냥 장터에서 굴러먹는 일명 ‘양아치’ 쪽에 가깝다. 하지만 결국 장터 패거리들의 싸움에 휘말려 숨을 거두게 된다. 모범생이었던 친구 윤호(김정현)는 춘근이의 똘마니를 자청하며 싸움판에도 끼어들지만 건달로서의 끼가 없었던 그에게 그 바닥은 낯설기만 할 뿐이다. 결국 친구인 춘근을 잃고 ‘나도 니처럼 박터지게 살란다’고 말하며 영화는 끝을 맺는다. "그때 열아홉 무렵은 얼마나 넘기 힘든 강이었던가. 하지만 돌이켜보면 얼마나 아름다운 슬픔이었나. 세월이 흐를 수록 더욱 아련하고 눈부신 그 어린날….” 살면서 생활신조 하.. 더보기 보이는 것만 믿어라? 시원찮게 배운 심리학에서 그나마 자주 떠올리는 내용이 있다. 우리 눈에 보이는 것은 실체의 1%로도 안 된다는 것이다. 그나마도 왜곡돼서 보이는게 허다하단다. 차라리 눈을 감고 명상 속에 느끼는 것이 실체와 가까워질 수 있다고도 한다. 보이지 않는 99%의 실체는 신체의 모든 오감을 작동해도 잘 드러나지 않는다. 몇 해 전 ‘보이는 것만 믿으라’고 강요하던 광고 문구가 기억난다. 요즘도 광고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쳐 보이는 게 전부라고 손짓하는 것만 같다. 얼마나 많은 것을 보여주기에 보는 것만 믿으라고 할까. 뭔가 왜곡된 사회를 감추기 위한 일종의 음모가 아닐런지. 1%로도 안되는 현실에 허덕이며 온갖 편견과 왜곡덩어리들만 속으로 키워간다. 언제나 핵심은 보이지 않는 곳에 있는데도 말이다. 무엇이든 .. 더보기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가슴이 북받친다. 시인의 세상에 살고 싶다. 시인의 나라에서, 술익는 마을에서 윤동주와 거닐고 싶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 윤동주 윤동주의 첫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의 대표적인 시, ‘서시’다. 시와 거리를 두고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날인가 잠깐 들어본 이 시가 너무 가슴을 북받치게 한다. 어두워 보이지만 밝음을 잃지 않고, 상실한 듯 하지만 뭔가 기백을 느끼게 해주고, 맑은 영혼이 다가옴을 느낀다. 식민지 시대, 나라 잃은 젊은이의 괴로움을 노래하던 시. 국가의 권력이 남용되던 때, 젊은이들에게.. 더보기 리영희 선생의 호랑이 눈을 기억하며... 리영희 선생.. 참으로 눈물나게 하는 사람이다. 실천하는 지식인. 절대 피해갈 수 없는 호랑이의 눈과 심장을 가진 이. 하루도 허투로 살지 않으려 발버둥치고 절대의 진실만을 신봉한 글꾼. 현대사를 그대로 관통하면서 하루도 허투로 살지 않았다는 것은 그가 얼마나 진실에 대한 열정이 뼈 속 깊이 박혀있는 사람인지를 말해준다. 요새 리영희 관련 서적을 읽으면서 선생이 그의 호랑이 눈으로 호통을 치고 있는 것 같아 책장을 넘길 때마다 고개를 숙이게 한다. 너무 사회를 모르고 살아왔고, 비판에 멀어졌었고, 아무런 판단도 하지 않는 관용과 배려가 민주주의라고만 생각하던 것에 대한 대가는 무식함과 게으름, 나태, 무가치한 시간 낭비로만 돌아왔다. 눈물만 고인다. 왜 기자를 하려고 했는지 근본적인 물음에 대한 모든 해.. 더보기 어둠의 나라 먼저 어둠이 있었다. 빛은 어둠이 있었기에 밝을 수 있었다. 어둠이 있었기에…. 빛의 나라는 너무 분주하다. 빛의 시간에 이끌려 쫓기듯 몰려다닌다. 어둠은 고요하기만 하다. 빛의 나라의 너무나 눈부신 나날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고요하기만 하다. 빛보다 먼저였던 어둠은 나서는 법이 없다. 자신이 먼저인 것도 그리 중요하지 않다. 빛의 나라에 항상 그림자로 외진 곳만 다닌다. 고요한 어둠의 나라는 점점 설자리를 잃어가기만 한다. 빛의 나라에 가장 차지하고픈 대상이 행복이다. 누구나 행복을 위해 평생을 달려간다. 하지만 평생을 달려가도 끝이 보이지 않는다. 행복하지만 행복하지 않다. 너무나 행복에 무뎌져있다. 행복은 달려가는 이에게 더 이상 여유를 주지 않는다. 행복하려면 더욱 달려가라고 채찍만 들이댈 뿐이다... 더보기 또 다시 버리게 해주소서 생각할 수 있는 것들이 너무나 많다. 그저 잠깐동안 살 것이 아니라면 그 많은 것들을 어루만져야 할 것 같다. 노동자는 무엇인지..노동의 댓가는 무엇인지...노동을 하고도 댓가를 받지 못하는 것은 대체 무엇인지..돈만으로 살 수 있는 것인지..살아도 살아있는 것인지..100:0과 51:49는 같은 것인지...51일 좋다면 49는 그냥 죽어야 하는 것인지.. 난 얼마나 남들을 끌어안을 수 있는지..정말 난 사랑을 알고 있는 것인지..사랑이나 해봤는 지..내 종교가 정말 사랑이 맞는 것인지..정직을 내 무기로 알고 있는 지..정직하게 누군가를 사랑해 봤는 지.. 그저 단순함에 끌려다니는 것은 아닌지..단순함이 성공으로 가는 지름길인지..단순함이 성공의 열쇠라는 유행이 번지는 것은 무슨 음모가 아닐런지.. 즐.. 더보기 이제 버리게 해주소서 스물즈음에 내가 다니던 학교와 그것을 허망하게 추종하고 생각없이 따르던 생각들을 비관했다. 난 내가 가진 헛된 상상들이 다 없어져도 이노무 개김성 하나는 끝까지 남길 바랐다. 서른이 다 되가면서 그때를 그리워하며 그나마 있던 개김성도 서서히 내 일상이나 거대한 거짓 사회에 묻혀가는 것을 느끼며 자해의 늪에 빠졌다. 어쨌든 난 30대 중반까지 왔다. 정말 10년전에는 가라고 가라고 해도 가지 않던 시간들이 이젠 아무리 붙잡아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간다. 이노무 시간..너무 허황된 시간들 시간은 더이상 여유를 주지 않고 있는데 나는 아직도 서성댄다. 아직도 새벽을 기다리고 있지만 그 새벽녁 가로등에서 담배나 줄창 피면서 새벽을 보지 못한다. 새벽녁 가로등에서 담배나 꼬나물고 있는 모양새라니.. 허무를 떠.. 더보기 배설의 기쁨 배설의 기쁨은 누구나 마찬가지다. 매일 먹는 음식이 소화되는 배설 외에도 자기 속에 담아두고 있는 사상부터 지겨운 논쟁꺼리까지 찾아내서 배설하는 기쁨이란.. 이제 여기 뒷간에서 누구나 배설하는 기쁨을 누리길 바라마지 않는다. 특히 구린내나는 얘기를 더욱 즐길 수 있었으면 한다. 시원해질 때까지..풀어질 때까지... 뒷간은 더러운 곳이 아니라 깨끗해지기 위해 힘주는 곳이란 걸 잊지 말아주길... 애국가 2절 첫머리 '남산위에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 듯..' 남산위의 소나무처럼 철갑을 두르지 말고 깔끔하게 벗어버리고 시원하게 내 갈겨버립시다.. 다 내 똥들 아니겠소.. 더보기 나와 나 사이의 경계속으로 - 왼손잡이의 주문 평생 자신을 알아가는 것만큼 골치 아픈 일이 또 있을까..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을 벗어던지고 가장 나다운 나로 살아간다는 것은 가능한 일일까. 모든 나에게 둘러쌓인 장벽을 걷어내고 제거한 후 남은 ‘나다움’의 마지막 실체는 무엇일까. 자신의 존재에 대한 근본적 물음부터 철학의 역사도 괘를 같이 한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너무도 오래된 질문이고 명확한 답변도 내리기 힘들다. 누군가는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물음과 해답을 찾는 과정이야 말로 인류가 발견한 가장 최초의 정신병 일종”이라는 얘기도 한다. 공감한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처절한 바닥을 겪고 쓰러져간 이들이 너무도 많기에. 어쩌면 태초부터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긴 사람은 아예 존재 자체가 없었을 수도 있다. (그래서 신이 생겼는지도 모르지만... 더보기 환각의 세기, 치유의 삶을 위해 우리는 살면서 너무나 많은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그게 상처인지 아닌지도 모른 채, 그 상처 입은 자신을 알기 위한 노력도 해보지 못한 채 시간의 늪 속에 허우적댄다. 욕망과 환각의 21세기 초입에 있는 지금, 나와 그대는 어디쯤에 서서 서성대고 있을까. 우리 사회나 문화, 일상은 개인의 치유보다 국가라는 울타리에 더욱 견고히 부속시켜 하루하루 근근이 살아가게 할 뿐이다. 올곳게 나를 채찍으로 다스려야 사회도, 문화도, 내 일상도 오롯이 내 것이 된다. 그 지난 상처를 치유하고 스스로와의 맞짱을 준비할 때는 이제 늦지도 빠르지도 않다. 그대여! 그대 자신이 미쳐 알고 있지 못하는 상처를 오롯이 치유하고 느리고 진실한 스스로의 삶을 찾아봄이 어떨른지... 환각의 현실로 둘러쌓인 경계밖으로 새로운 작은 사회..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