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찮게 배운 심리학에서 그나마 자주 떠올리는 내용이 있다.
우리 눈에 보이는 것은 실체의 1%로도 안 된다는 것이다.
그나마도 왜곡돼서 보이는게 허다하단다.
차라리 눈을 감고 명상 속에 느끼는 것이 실체와 가까워질 수 있다고도 한다.
보이지 않는 99%의 실체는 신체의 모든 오감을 작동해도 잘 드러나지 않는다.
몇 해 전 ‘보이는 것만 믿으라’고 강요하던 광고 문구가 기억난다. 요즘도 광고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쳐 보이는 게 전부라고 손짓하는 것만 같다. 얼마나 많은 것을 보여주기에 보는 것만 믿으라고 할까. 뭔가 왜곡된 사회를 감추기 위한 일종의 음모가 아닐런지.
1%로도 안되는 현실에 허덕이며 온갖 편견과 왜곡덩어리들만 속으로 키워간다. 언제나 핵심은 보이지 않는 곳에 있는데도 말이다. 무엇이든 바로 보려는 끈질긴 고민과 틀에서 벗어난 상상이 없으면 결국 잠재의 세계는 갇혀버리고 만다. 보이는 곳만 가다가 발을 헛디디기 일쑤다.
또 뭔 기획 한 번 해보겠다고 미친 척하고 자판 구덩이에서 헤맨다. 줄창 담배만 꼬나물고 들이댄다.
나 역시 1%로도 안되는 현실에 매달려 비비적대고 살지만 가끔 눈을 감는다.
보이지 않는 곳에 대해 상상을 한다. 혁명도 꿈꾼다. 눈뜨면 다시 돌아오지만….
그래도 뭐 허황되기만 할 뿐이랴.
우리의 상상도, 사랑도, 혁명도,
케케묵은 먼지구덩이에서 시작되지 않았던가.
답답하기만 하던 1%의 일상에서 시작되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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