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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뉴스 뒷간

천안함 46용사 죽음,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

 

5월 13일자 KBS 9시뉴스 TOP 기사를 보고 천안함과 관련해 참으로 많은 생각과 함께 분노까지 치밀어 오른다. 이미 조중동은 물론이고 공영방송에서조차 천안함 사고를 북한의 어뢰 공격으로 단정해서 방송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5월 13일자 KBS 9시 뉴스 <합동조사단, 파편 5점 北 어뢰 재질과 비교> 관련 기사

 

정말 북한의 어뢰 공격으로 사고를 마무리하는 수순으로 언론에서도 그냥 넘기려고만 하는 걸까. 방송 내용을 보면 물타기 기사라는 게 너무 ‘티’난다. 기사 첫머리부터 천안함 수거 파편을 북한 어뢰 재질과 비교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기사 말미에는 그와 관련된 보충 내용 수준이 형편없다. 북한 어뢰가 아닐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더 열어놓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국방부 코멘트도 아직 나온 결과가 없고 파편 역시 조류를 타고 흘러왔을 수도 있다는 쪽에 무게를 싣는다.


문제는 왜 기사 서두부터 북한 어뢰에 대한 얘기부터 강조해서 방송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또 그렇게 중요한 기사라면 달랑 탑 뉴스로만 만들 것이 아니라 보충 취재 방송도 덧붙였어야 했다. 짧은 천안함 사고 뉴스 후에는 바로 지방선거 얘기로 화제를 돌렸다. KBS가 심도 깊은 분석뉴스를 더 많이 편성하겠다는 최근 공표와도 맞지 않는다. 


무슨 의미일까. 이미 알려진 데로 KBS 역시 현 정권 관련 인사가 힘든 내부 후폭풍 속에 사장으로 자리를 잡고 있는 상태다. 그래서 일까. 뉴스 구성이 조중동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느낌을 받는다. 일단 이슈를 띄워놓고 여러 각도의 분석없이 시청자 스스로 알아서 판단하라는 책임 회피성 기사를 보도하는 수준에 다름 아니다.


얼마 전에는 천안함 침몰이 해양 지반과 부딪혀 좌초됐다는 것에 무게를 싣는 KBS 추적 60분 보도도 있었다.


5월 6일자 KBS 추적60분 <천안함 사고, 무엇을 남겼나?> 관련 요약 기사

 

이날 방송에서는 천안함의 좌초 가능성에 대해 언급을 꺼리던 기존 공중파 방송 매체의 논조와 달리 좌초설에 대해 관련 전문가들의 인용 내용을 편집해 본격 해부했다. 그리고 군의 은폐 의혹에 대해 끊임없이 추궁했다.


그렇다면 KBS의 뉴스 보도만으로는 천안함 침몰은 북한의 어뢰 공격 아니면 좌초로 인한 사고로 원인이 모아진다. 하지만 과연 그뿐일까.


천안함 사고 당시, 한미 독수리 연합훈련 중이었다는 사실이 은연 중 빠져있다. 한미 연합훈련 중이었다는 사실은 천안함 사고 후 거의 한달만에 언론을 통해 나왔다.(현재 모든 군 발표 내용은 의혹이 제기되면 조금씩 무마하기 위해 언론에 흘리는 정도다)


만약 북한의 어뢰 공격이나 단순 좌초 사고였다면 굳이 군에서 그리 심하게 은폐 의혹을 받으면서까지 감춰야 하나라는 의문이 든다. 일단 의혹 제기 수준이지만 미군이 어느 정도 개입돼 있으니 사고의 본질을 흐리고 은폐하려는 것은 아닐지. 


천안함 침몰 후 故 한주호 준위가 수색한 지역은 실종자 수색 작업을 한 것이 아닌 다른 제 3의 지역에서 수색 작업을 한 것으로 뉴스를 통해 알려지기도 했다. 현재 해당 기사는 법정 분쟁 중으로 다시보기 서비스가 중단된 상태다.


4월 28일자 KBS 9시뉴스 <故 한주호 준위, 다른 곳에서 숨졌다>  관련 기사

 

故 한주호 준위는 미군의 수색 협조 요청에 의해 실종자 수색이 아닌 미군이 따로 수색하려는 지역에서 임무를 수행했던 것으로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또 한 준위는 수압으로 인한 치료를 위해 여기저기 배를 옮겨다녔으나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사망한 장소도 미 해군 ‘살보함’이다.


프레시안 4월 7일자 <故 한주호 준위 "살릴수도 있었다" vs "신속 대응했다" 공방>
  관련 기사

 

모든 관심도가 천안함 수색 작업에 쏠려있을 때 미군이 수색 작업에 나섰던 제 3지역에는 과연 무엇이 있었을까. 우리 군의 베테랑 UDT 요원까지 사망할 정도로 위급하게 찾고자 했던 증거물은 무엇이었을까. 


5월 13일에는 국방부가 천안함 침몰 원인 규명을 위한 민군합동조사단에서 민간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신상철 씨를 다른 사람으로 교체해 달라고 국회에 요청했다.


신 씨는 군과 정부가 북한의 어뢰로 인한 공격설로 몰아갈 때 천안함의 좌초설를 일관되게 주장해 왔던 인물이다. 그는 또 4일 <평화방송> 인터뷰에서는 "천안함 사고는 어떤 다른 선체와 충돌한 것이 직접적 원인"이라며 "(충돌한 선체는) 미군 측 군함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럼 미군이 수색하려던 지역은 한미합동훈련 중 미 군함 또는 미 잠수함과의 충돌장소가 아니었을까.


그냥 지난 2달여간 나온 천안함 침몰 관련 뉴스 중 의혹이 되는 부분만 모아봐도 뭔가 심한 구린내가 진동하는 듯하다.


미군 개입이 아니라면 군과 정부에서 이렇게 심하게 구린내 나는 은폐 의혹을 무릅쓰고 일관되게 감출 이유가 있을까. 군의 언론플레이에 언론 역시 심하게 휘둘리는 건 언론사가 전혀 생각이 없어서 일까.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생각이 머리를 감싸면서 심한 자괴감까지 느낀다.


정부와 언론이 흘리면 일개 국민들은 의혹 제기 수준밖에 할 수 없다는 게 답답함을 넘어 분노까지 치밀어 오른다.


이제 6.2 지방선거가 다가왔다. 지레 짐작이지만 정부에서는 5월 20일경 천안함과 관련된 감사원 조사 결과를 발표한다고 했으나 정확한 사고 원인 결과는 선거 이후에나 밝힐 가능성이 농후하다.


여러모로 볼 때 북한의 개입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는 상황이 여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MB 정부의 경우 북한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던 와중이라 북한 개입이 외교 정책을 펴는데 호재가 될 수 있을 터다.


반면 정부의 외교 소통 문제를 제기하던 여타 야당 세력은 불리할 수밖에 없다.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의 지난 10년간 북한 퍼주기식 외교 정책까지 싸잡아 문제를 제기하며 현재의 외교 상황을 타계하려는 수순으로 갈 수도 있다.


천안함과 관련된 미군 개입 의혹을 일종의 ‘음모론’으로 치부한다 하더라도 50여명의 군인력이 사망한 중대한 사고를 정치적 물타기로까지 이용하려든다는 ‘음모론’은 과연 나만의 헛된 공상일까.


정말 ‘자다가 봉창두드린’ 죽음이라고 밖에 볼 수 없는 천안함 ‘46 용사’의 영정 앞에 과연 어떤 논리로 그들의 죽음을 설득할 것인지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