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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뉴스 뒷간

천안함 사고, 단지 북한이 문제라고?

 
천암함 침몰이 시작된 3월 26일 오후 9시 16분부터 천안함 사고가 난지 꼬박 한달이 지났다.

천안함 침몰 후부터 옷도 젖지 않은 침착한 표정의 생존자 구조, 실종자 구조작업 중 순직 노병사고, 함미/함수 인양 등 한달 내내 뉴스면 TOP을 차지하고 한 사고에서 나올 수 있는 최대한의 뉴스꺼리를 생산했다.


한순간에 46명이나 되는 꿈 많은 젊은이들이 물에 가라앉아 허망하게 사망하는 사고가 났으니 군에서 잘하는 쉬쉬하며 시간끌다 무마시키는 언론 연막전도 잘 먹히지 않았을 것이다. (군에서 의문사가 많은 것도 폐쇄적인 군사 문화의 단면에 다름 아니다)




요즘 주변에서 천암함 사고와 관련된 얘기를 들어보면 가지가지다.


누군가는 한달내내 천안함 때문에 예능, 쇼프로를 하지 않아 갑갑하다는 둥, 천안함 뉴스가 지겹다는 둥, 천안함 희생자 성금모금이 이해가 안 간다는 둥 시시콜콜한 얘기도 많다.


이제 천암함 '46용사'라고 칭해지는 사망자들의 장례와 추모 열기가 끝나면 사고 경위와 원인에 대한 논의가 어떤 식으로든 결말을 봐야 할 시점까지 왔다.


사고 원인에 대해서는 국방부 장관이 흘린 얘기를 중심으로 북한의 어뢰 공격에 의한 사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듯하다. 마땅히 다른 사고원인을 지목하기에도 너무 뜬금없기에 북한으로 몰아가는 것이 일견 타당해 보이기도 하다.


서서히 북한의 어뢰 공격으로 사고 원인을 정리하고, 전쟁까지 일으킬 수 없으니 대북제재를 강화하는 수순으로 마무리하면 모든 사고가 자연스레 마무리되는 결론이 나올 수도 있다. 이번 사고도 군 의문사로 덮고 시간이 가길 기다려 전형적인 연막작전의 성과로 남길 수도 있다.


이같은 결과에 좀 앞서가면, MB정부는 현 정책 기조에 맞게 대북제재를 강화하고, 한반도 위기감을 고조시켜 지휘체계를 강화해 대통령의 통치권을 더 강화하는 방향까지 몰아 갈 수 있다. 북한 개입으로 마무리하기엔 어쩐지 너무 뒤가 캥기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사고 원인은 굳이 꼼꼼히 따져보지 않더라도 한달 동안 뉴스에서 주워들은 얘기만 조합해도 국방부 발표는 석연치 않는 부분이 너무 많다.


이미 나올 증거는 충분히 나오지 않았나. 생존 대원들의 진술만 참고하더라도, 사고 당시 TOD 영상과 교신 기록만 참조하더라도, 함미/함수까지 인양했는데 아직까지 사고 원인으로 끙끙대는 것은 군 대응력이 아예 없거나 감춘다고 밖에 여겨지지 않는다.


군에서는 정확한 증거없이 어떤 일체의 추측성 사고 분석을 경계해야 한다고 했으나 그래도 일개 국민으로서 말할 권리는 있으니 나름 상식선에서 추측해본다.


후배 중 하나가 북한의 어뢰 공격보다 군 내부 훈련 과정 중 오발사고이거나 군함 자체 결함 원인이 더 클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생각해봤다. 차라리 훈련 중 사고면 훨씬 이해가 쉽다.


우선 최초 백령도 주민들의 목격담에 따르면 군함의 발포 소리가 몇 차례 걸쳐 이뤄졌다고 한다. 몇 번의 섬광이 목격됐다고도 한다.


그리고 천안함은 사고 당시 평소 다니던 항로가 아닌 수심이 얕고 물살이 거센 백령도에서 불과 1.8km 해역까지 접근했다가 사고를 당했다.


군은 “백령도에 다소 근접해 기동한 것은 북한의 새로운 공격형태에 대응해 경비작전시 지형적 이점을 이용하는 측면이 있었다”며 “백령도 해상의 경비를 맡은 천안함이 항로를 내해로 선택한 것은 북한의 최근 군사적 위협 징후와 무관치 않다”고 말했다.


참으로 어이없다. 북한의 군사적 위협 때문에 백령도 인근에서 작전 활동을 했다고... 그것도 한참 노후된 작은 전함 한대만으로..


뭐 그렇다치고...문제는 나중에 군에서 발표한 한미 독수리훈련 중이었다는 데 있다. 훈련 중에는 그래도 평소보다 경계근무가 더 강화된다. 긴장감 감도는 훈련 중에 북한 잠수정이 뜬금없이 잠수정으로 어뢰 공격을 할 수 있을까.


사고 당시 주민이 들었다는 소리는 몇 번에 걸친 함포 소리였다. 한번의 어뢰 공격으로 인한 피격이 아닐 수 있단 얘기다. 게다가 함미, 함수 절단면을 얼핏 보더라도 너무 깨끗이 잘려져 있어 폭발로 인한 사고로 보기엔 좀 석연치 않다. 


또 천안함 주변에 한미 독수리훈련 중이라 여러 대의 군함도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천안함은 평소 항로가 아닌 물살이 거센 백령도 인근까지 접근했다.


종합해 보면, 통신상 오류로 야간에 아군 식별을 하지 못해 훈련 중 서로 오발 사고를 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오발 사고 후 천안함 선체에 타격을 받자 사고를 무마하기 위해 무리해서 육지 쪽으로 군함 항로를 옮기려 했던 건 아닐지...


아니면 노후된 선체로 무리하게 군사 훈련을 해서 군함의 이상 징후를 느껴 육지 쪽으로 항로를 바꾼 것은 아닐지...그것도 아니면 작은 민간선박이나 군선박과의 충돌로 인해 사고가 난 것은 아닐지...


여기까진 나의 추측일 뿐이다. 어떤 실제 증거도 없고, 단지 뉴스에서 주워들은 걸 대충 꿰맞춘 것 뿐이다.
하지만 무조건 북한연루설로 몰아가는 것이 정황상 이해 안 되는 부분이 너무 많기에 다른 가능성까지 배제하는 건 아무래도 문제가 있어 보이기에 이런 추측까지 던져본다.  


사고보다 더 큰 문제는 군의 사고 대처 능력이나 부대 운영 능력이다. 천안함 사고 후 현재까지 군에서 대처한 것을 보면 뭐하나 제대로 한 것이 없다. 침몰 군함을 찾은 것도 민간인이고 인양 작업도 민간에서 처리했다.


사고 은폐에만 골몰해 언론플레이를 일삼았을 뿐 어떤 단호한 결단이나 의혹을 풀어갈 의지도 보여주지 못했다.


덧붙여 군사훈련이란게 본인의 군생활 경험을 돌이켜보면 젊은 애들 데리고 노는 전쟁놀이에 다름 아니다. 실제 전쟁시 써먹을 수 있는 훈련이라고 보기엔 민망한 작전이 많다.
그저 젊은 병력 수만 채워 보여주기 식 군대 운영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천안함 사고 원인 규명이 어떤 식으로 결과가 나오든 근본적으로 군 운영에 대한 전반적인 구조조정과 리모델링이 필요하다고 본다. 바로 잡지 않으면 또 다른 천안함 사고와 같은 지뢰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북한의 개입이든 단순 사고든, 군의 곪은 부위부터 도려내고 치료하는 과정까지 밟아야 근본적으로 천안함 사고를 처리하는 마지막 수순이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