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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뒷간/치유를 위한 자전쓰기

내 나이는 아직 열여덟~ 그래 맞다. 내 나이 열여덟이었다. 뭔가 삶에 대한 반항심이 커져가던 그때였다. 사춘기라고 봐야 하나...너무 나이 먹어서 사춘기라고 하기엔 왠지 좀 계면쩍다. 그냥 뭔가에 눈을 떴다고 해두자. 아직까지 방황하는 내 인생의 알 수 없는 나침반, 혹은 유적이 됐던 시기이기도 했다. 이문열을 많이 읽었고 락음악이라면 사족을 못쓰던 때다. 너바나를 따라 시애틀의 어느 차고로 날아가 버릴까도 생각했다. 정말 그랬으면 어땠을까. 밴드라도 하나 만들어서 여지껏 들이대고 있을까. 이문열의 젊은날의 초상을 보고 어디 바다라도 훌쩍 떠나려고 했다. 그랬으면 어땠을까. 고등학교는 졸업이나 할 수 있었을까. 대학도 포기하고 그냥 방랑자로 살았다면..지금쯤 어디에서 서성대고 있을까. 이도저도 아니고 그렇게 자신있어하던 공부를.. 더보기
당신의 종교는 무엇이요? 누군가 당신 종교가 뭐냐고 물어보면 천주교라고 답한다. 형식적이다. 다시 대답한다. 그건 집안 종교고 나의 종교는 사랑이요! 초등학교 3학년 시골에 내려와서 살 때 서울에서 큰 이모가 놀러오셨다. 내 생각으로는 놀러오셨다기보다 전교하러 오신 게 틀림없다. 울 엄마도 일주일에 걸친 이모의 천주교 예찬에 그대로 녹아들어 성당에 다니기 시작했다. 나 역시 엄마따라 성당을 오고갔다. 엄마가 성당을 다니기 시작하면서부터 서울에 있던 친척부터 할머니까지 모두 가톨릭 집안으로 바뀌었다. 그때부터 험난한 기도 생활이 시작됐다. 어린 나이에 안 그래도 상당히 활발한 성격이었는데 집에 갇혀 아침저녁으로 1시간씩 무릎 꿇고 기도를 했다. 어떨 때 울 엄마 ‘필’ 받으면 2시간을 훌쩍 넘길 때도 있다. 저녁마다 했던 ‘묵주의.. 더보기
2011년까지 나의 가장 행복했던 하루 1991년 크리스마스이브 오후 5시. 성당에서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전야제 행사 준비가 한창이다. 유치원, 초중고생 학년별로 장기자랑과 노래, 연극 등 다양한 볼거리를 마련했다. 내 나이 17세 고1. 우리 또래도 2주전부터 연극을 준비해왔다. 초등학교 때부터 성당을 같이 다녔던 친구들과 함께 이번에도 참여했다. 연극 내용은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대충 청소년기의 방황과 좌절, 극복을 다룬 나름 참신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극~복~!!ㅋㅋ 보통 크리스마스이브에 하는 성경 속 얘기나 예수 탄생을 다룬 것이 아닌 조금은 색다른 내용이다. 방황하던 청소년이 우여곡절 끝에 참된 신앙과 정신 개조를 한다는 뻔한 ‘극복’ 스토리지만…. 한 학년 선배가 시나리오를 쓰고 나는 목소리 크다는 이유로 극복 스토리의 주인공을 .. 더보기
‘자기소개하기’의 나는 정말 나일까? 자전적 소설이라는 우리나라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하는 소설 분야에 대한 평론을 봤습니다. 권여선의 자전적 소설 ‘푸르른 틈새’에 대해 대중문학평론가 정여울 씨는 이렇게 말합니다. “그녀는 이야기꾼의 수사학과 에세이스트의 통찰을 동시에 작동시키며 특유의 서사/서술적 공간을 창출해내고 있다. 이는 ‘서사를 뛰어넘는 서술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작가 특유의 글쓰기 방식이기도 하다.”(정여울, [내 서재에 꽂은 작은 안테나]) 이는 묘사와 서사적인 부분에 머무는 소설이 아닌 하나의 이야기에 에세이를 가미해 작가의 철학과 통찰을 같이 보여주는 글쓰기 방식이라는 얘기죠. 이런 예를 잘 보여주는 장면의 하나로 정여울은 ‘자기소개’에 대한 장면을 꼽았습니다. 권여선이 대학시절 누구나 경험하는 자기소개의 장면을 ‘괴로움’의.. 더보기
나에게 오라, 너에게 가마 1970년대 전라도 지역의 시골 장터를 배경으로 두 젊은이들이 건달로의 삶에 들어가면서 방황을 그린 영화. ‘나에게 오라’ 주인공 춘근이(박상민)는 그리 잘 싸우지도, 수완이 좋은 것도 아닌 그냥 장터에서 굴러먹는 일명 ‘양아치’ 쪽에 가깝다. 하지만 결국 장터 패거리들의 싸움에 휘말려 숨을 거두게 된다. 모범생이었던 친구 윤호(김정현)는 춘근이의 똘마니를 자청하며 싸움판에도 끼어들지만 건달로서의 끼가 없었던 그에게 그 바닥은 낯설기만 할 뿐이다. 결국 친구인 춘근을 잃고 ‘나도 니처럼 박터지게 살란다’고 말하며 영화는 끝을 맺는다. "그때 열아홉 무렵은 얼마나 넘기 힘든 강이었던가. 하지만 돌이켜보면 얼마나 아름다운 슬픔이었나. 세월이 흐를 수록 더욱 아련하고 눈부신 그 어린날….” 살면서 생활신조 하.. 더보기
나와 나 사이의 경계속으로 - 왼손잡이의 주문 평생 자신을 알아가는 것만큼 골치 아픈 일이 또 있을까..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을 벗어던지고 가장 나다운 나로 살아간다는 것은 가능한 일일까. 모든 나에게 둘러쌓인 장벽을 걷어내고 제거한 후 남은 ‘나다움’의 마지막 실체는 무엇일까. 자신의 존재에 대한 근본적 물음부터 철학의 역사도 괘를 같이 한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너무도 오래된 질문이고 명확한 답변도 내리기 힘들다. 누군가는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물음과 해답을 찾는 과정이야 말로 인류가 발견한 가장 최초의 정신병 일종”이라는 얘기도 한다. 공감한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처절한 바닥을 겪고 쓰러져간 이들이 너무도 많기에. 어쩌면 태초부터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긴 사람은 아예 존재 자체가 없었을 수도 있다. (그래서 신이 생겼는지도 모르지만... 더보기
환각의 세기, 치유의 삶을 위해 우리는 살면서 너무나 많은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그게 상처인지 아닌지도 모른 채, 그 상처 입은 자신을 알기 위한 노력도 해보지 못한 채 시간의 늪 속에 허우적댄다. 욕망과 환각의 21세기 초입에 있는 지금, 나와 그대는 어디쯤에 서서 서성대고 있을까. 우리 사회나 문화, 일상은 개인의 치유보다 국가라는 울타리에 더욱 견고히 부속시켜 하루하루 근근이 살아가게 할 뿐이다. 올곳게 나를 채찍으로 다스려야 사회도, 문화도, 내 일상도 오롯이 내 것이 된다. 그 지난 상처를 치유하고 스스로와의 맞짱을 준비할 때는 이제 늦지도 빠르지도 않다. 그대여! 그대 자신이 미쳐 알고 있지 못하는 상처를 오롯이 치유하고 느리고 진실한 스스로의 삶을 찾아봄이 어떨른지... 환각의 현실로 둘러쌓인 경계밖으로 새로운 작은 사회..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