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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뉴스 뒷간

강용석에게 드리는 마지막 개콘편지

MB의 조카 사위라는 강용석이라는 인물이 국회의원의 치부를 풍자했다는 이유로 개콘 개그맨을 고소했다는 기사를 봤다. 국회의원 임기도 실형 받아서 얼마 남지 않은 인물이 마지막까지 의원 티를 그리도 내고 싶을까. 그에게 드리는 처음이자 마지막 편지다.


TO. 강용석(의원자 붙이기 너무 힘드니 이해해 주시라) 

그래~ 백번 양보해서 아나운서 성희롱 발언은 술꼬장 부렸다 치자. 그동안 박원순이나 안철수한테 말도 안 되는 걸로 물고 늘어졌던 것도 당신 가족 정권에 위협적인 인물들이니 쓴 웃음이 나도 그러려니 했다. 그리 욕먹으면서 계속 사고치는 것도 어디 산하기관 한자리 약속받고 자기 살궁리 하는 거라고 애써 이해까지 해준다.(여기까지는 혼자 무덤 파고 들어간 겪이니 어이가 없어서 대꾸하기도 뭐하다)

근디 강용석! 개그 풍자와 해학을 당신의 집단성희롱 모욕죄와 동일시하는 건 도저히 못 참겠다. 우리 민족의 풍자와 해학의 역사를 단번에 집단모욕죄 비슷한 고소나 당하는 역사로 만들다니. 제정신인가. 자기 죄를 조금이나마 무마하려 던진 고소장이 단순히 개그맨 한 명 들었다놓는 수준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개그맨이 우습나. 스스로를 낮추며 웃음을 주는 개그맨들이 우리 풍자와 해학의 역사를 이어가는 문화의 전달자로 보이진 않는가. 그럼 당신은 개그맨에 비해 얼마나 숭고한 역사를 이어가고 있나. 자기 자리만 지키려 아등바등거리는 꼴이 더 우습지 않은가.


누구나 인정하는 정치권 풍자 내용을 보면 조금이나마 반성하려는 모양새를 갖추는 게 그나마 국회의원 도리 아닌가. 정말 잘못한 게 없다고 생각하나. 대체 반성과 성찰이라는 단어를 알고는 있나. 아니면 하도 써보질 않아서 잊은 단어인가. 그것도 아니면 사돈의 ‘빽’ 믿고 거스를 것이 없다고 생각하나.

당신은 ‘고소해보고 아니면 말고’라고 생각했는지 모르지만 꽤 큰 실수했다. 민초들의 애환이 담긴 오랜 풍자의 역사를 당신의 고소장으로 단절시킬 수도 있는 막장 대응을 했다. 그럴리 없겠으나 만약 법원이 당신의 손이라도 들어주는 날엔 헌법 전문에 명시된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이라는 문구는 사라져야 하지 않나 싶다. 풍자와 해학이 우리의 빛나는 역사와 전통이라고 모두 수긍한다면 말이다.

헌법 얘기가 거창한가. 그럼 단순하게만 보더라도 우리나라에서 풍자 컨텐츠는 사라져야 한다고 말하는 것인가. 우리의 상상력과 재치는 항상 법의 테두리에 있어야 하는가. 누구나 옳다고 박수치는 풍자 내용이 고소거리라면 당신이 기억하는 옳은 풍자는 무엇인가.

하버드에서 법과대학원 나왔다는데 정말 다니긴 한건가. 그렇다면 하버드에 정말 실망이다. 하버드에서는 도대체 뭘 배우나. 상식적인 전통과 법의 잣대조차 구분 못하는데 무슨 변호사를 운운하나. 우리 동네 하버드 학원 나와도 당신의 균형감과 안목보다는 낫겠다.

불운하지만 동시대를 살고 있으니 당신의 오만은 또 다시 고개를 들 것이고 쓴웃음 짓게 할 것이다. 하지만 기억해 두시라. 반성과 성찰의 시기를 갖지 않는다면 당신과의 동시대는 국내 어디에도 없다. 살고자 하면 죽는다. 역사는 항상 그렇게 흘러왔다. 당신뿐 아니라 국민 누구나 반성과 성찰 없이 정직하고 착하게 살지 않으면 함께 살아갈 수 없는 시대가 곧 오리라 믿는다. 그래도 마지막 남은 객기라도 한번 부려보시겠는가. 그럼 ‘가드’ 바짝 올리고 다니시라. 헤어나기 힘든 치명타가 언제 어디서 갑자기 날아올 수 있느니…. 동시대를 사는 사람의 마지막 충고다.